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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아 네 생각을 한 스푼 넣었다

좋은땅

유서진 지음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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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b>너로 인한, 너를 위한, 너를 그린 하루들
밤부터 아침까지 이어진 다채로운 감정의 노래들

‘시’라는 장르와 ‘위로’라는 감각은 꾸준히 맞닿아 오며 많은 독자들에게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타 장르 글의 위로와 시의 위로는 사뭇 다른 전달 방식을 가지고 있다. 타 장르의 글은 위로를 ‘전달’한다면, 시는 시인(혹은 다른 화자)의 감정과 감각을 그려 내며 자연스럽게 위로를 ‘생성’해 낸다. 즉, 시의 수신인은 독자가 아닌 다른 존재이며, 그 존재와 시인이 그려 내는 이미지 속에서 독자는 스스로 위로를 감각하는 것이다.

《잠이 오지 않아 네 생각을 한 스푼 넣었다》 또한 한 시인이 대상과 함께 그려 낸 이미지를 통해 독자 스스로 위로를 생성해 내는 방식을 지지고 있다. 해당 시집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82편의 시들이 실려 있다. ‘밤에 쓰는 일기’ - ‘새벽에 보내는 편지’ - ‘아침에 듣는 라디오’라는 부의 순서를 보면, 해당 시집의 시들이 ‘시간성’ 위에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밤부터 아침까지 이어지는 이 시간 속에서 시인은 어떤 것을 느끼고 말하고 있을까.

1부는 〈일기장〉으로 시작하여, 사소한 일상 속에 조금씩 침투되는 혼자만의 감정과 감각을 그려 내며, 고요함과 활기가 뒤섞인 밤의 시간대를 유영하고, 2부는 〈한때 나의 바다였던 당신에게〉를 시작으로, 모두 잠든 새벽, 차마 말하지 못했던 ‘너’라는 존재에게 전하는 내밀한 마음들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3부는 〈아침에 닿는 길〉을 시작으로, 2부에서의 내밀한 마음들을 정리하여 다시금 세상으로 나아가 보려는 도약이 느껴진다.

이 ‘시간성’과 더불어 해당 시집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특이점은 ‘너(혹은 그대)’라는 존재이다. 해당 시집에서 ‘너’는 자주 등장하지만, 특정되지 않고 화자의 감정과 감각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존재성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즉, 해당 시집의 ‘너’는 친구, 연인, 혹은 시인 스스로를 칭하는 것일 수 있으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독해가 가능해진다.

네가 지나가는 길마다 이상하게 꽃이 피더니,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내 마음에 열꽃이 가득 피어 있더라

인식하기가 무섭게
몸 구석구석마저도 열꽃처럼 빨갛게 익어 가더니
신생아의 돌발진마냥 고열이 난다

그런데 난 너를 앓는 시간마저
화원 속 꽃처럼 향기롭구나

― 〈능소화〉 전문

해당 시집을 마무리하고 있는 〈능소화〉를 보면, ‘너’라는 존재가 화자에게 퍼지는 과정을 꽃이 피고, 화원이 되는 것에 비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너’라는 존재가 내게 오는 것이 “고열”이 나는 것처럼 고통이지만, “향기”와 같은 매력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해당 시집에서 ‘너’라는 존재는 ‘잊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언제든지 침투하여 휘발되고, 다시금 떠오르는 삶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지니는 것이 아닐까.

이 지속성으로 인해 시인은 또 ‘너’라는 밤으로 들어가 새벽으로 보내고 아침으로 걸어 나올 것이다. 그리 슬프지는 않게, 의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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