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직도 매우 뚜렷한 사실 몇 가지는 추리해낼 수 있네. 그럴 가능성이 높은 사실 몇 가지도 추리해낼 수 있고. 우선, 얼핏 보기에도 모자 주인은 제법 지적인 사람이 틀림없네. 한 3년 전까지만 해도 부유한 편이었지만 이제는 가세가 기울었네.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지만 그것도 전만은 못하네. 정신적으로 약해졌다는 뜻이지. 그러니까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안 좋은 영향을 받은 모양이야. 아마 술독에 빠져 지낸 듯하네. 그래서 아내의 사랑을 잃었다는 분명한 사실도 이로써 설명할 수 있고.”
“말도 안 되네!”
“그러나 그는 자존심을 다 버리진 않았네.” 홈즈는 내가 항의하는 것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이 사람은 한군데 머물러 살면서 외출을 하는 일이 드물고, 건강도 그리 좋지 않네. 나이는 중년인데 벌써 머리가 하얗게 셌군. 지난 며칠 사이에 이발을 했고, 라임 크림을 발랐어. 모자를 보고 추리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일세. 그리고 그는 집에다 가스등을 설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군.”
“농담하나 홈즈?”
“이런, 기껏 추리한 결과를 말해 주었는데도 자내는 내가 어떻게 여기 도달했는지 모르겠나?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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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폴리탄 호텔에서 보석 도난 사건이 일어났다. 배관공 존 호너(26세)가 이달 22일, 모카 백작부인의 보석함에서 ‘푸른 석류석’으로 알려져 있는 귀금속을 훔쳤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호텔의 베테랑 직원인 제임스 라이더는 보석을 도난당한 당일, 호너를 모카 백작부인의 드레스룸으로 안내했다고 증언했다. 벽난로의 땔감 받침에서 두 번째 쇠살대가 떨어져나가 땜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라이더는 잠시 호너와 함께 있다가 다른 부름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 다시 돌아와보니 호너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화장대 서랍은 뜯겨 나가 있었고, 모로코 가죽을 씌운 작은 보석함이 화장대 위에 놓여 있었다. 나중에 그 상자는 백작부인의 보석을 넣어둔 것으로 밝혀졌는데, 보석함은 텅 비어 있었다. 라이더는 곧장 경찰에 신고를 했고, 같은 날 저녁 호너는 체포되었다. 그러나 그의 몸과 집을 수색했지만 사라진 보석은 나오지 않았다.
1859년 영국의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났고, 에든버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1882년 포츠머스 사우스시 지역에서 안과를 개업함과 동시에 집필을 시작했다. 1887년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첫 작품 《주홍색 연구》와 1890년 《네 사람의 서명》을 발표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891년 런던으로 이사해 안과를 개업하지만 환자가 별로 없어 대부분의 시간에 소설을 썼다.
잡지 [스트랜드]에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단편들을 연재하며 인기를 끌었고, 이듬해에 이를 묶은 단편집《셜록 홈즈의 모험》을 출간하며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는다. 이어서 《셜록 홈즈의 회고록》, 《바스커빌가의 사냥개》, 《셜록 홈즈의 귀환》, 《그의 마지막 인사》, 《공포의 계곡》 등을 연재 및 출간했으며, 1927년 최후의 단편집 《셜록 홈즈의 사건집》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