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일상을 꿈꾸는 일곱 편의 싱그러운 이야기!
2010년 제정된 이래 해를 거듭하며 문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젊은작가상이 13회를 맞았다. 데뷔 십 년 이하의 작가들이 각자의 언어와 형식으로 일구어낸 아름다운 문학적 성취를 축하하고자 마련된 젊은작가상은 지난해까지 모두 54명에 이르는 새로운 얼굴을 소개하며 한국문학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올해 젊은작가상에 이름을 올린 수상 작가는 임솔아 김멜라 김병운 김지연 김혜진 서수진 서이제이다.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담은 치열한 작품을 선보이며 이 상의 수상자로는 처음 이름을 올린 임솔아 김병운 서수진의 등장이 반갑고, 특히 남다른 시선과 독특한 문체로 꾸준한 주목을 받아온 임솔아의 대상 수상이라는 쾌거가 뜻깊다. 작품세계를 경신하며 작년에 이어 또 한번 수상을 이뤄낸 김멜라 김지연 김혜진 서이제의 단편들은 이 상의 의미를 더욱 값지게 한다. 끝나지 않은 팬데믹 속에서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 온전한 일상으로 한 걸음 나아갈 희망적인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일곱 편의 이야기가 여기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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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아의 「초파리 돌보기」는 오래전 실험동에서 초파리를 돌보는 일을 했던 이원영의 삶을 이원영의 딸인 소설가 권지유의 시선에서 그려낸 이야기로, 불행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의미를 ‘해피엔드’로 끌어올린 작가의 아름다운 의지가 돋보인다. 작고 보잘것없는 생명일지라도 그것을 돌보는 일의 가치를 발견하는 이원영과 이원영이 꿈꾸는 결말을 소설로 완성해낸 권지유 두 사람의 서사가 “불행과 절망 너머를 묘파한 작가의 절창”(구병모 소설가)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김멜라의 「저녁놀」은 ‘눈점’과 ‘먹점’이라는 여성 커플이 곤궁한 생활 속에서도 서로를 위하며 ‘먹고사는 일’을 꾸려나가는 애틋한 모습을 딜도를 의인화한 화자 ‘모모’의 시선으로 그려냄으로써 김멜라 특유의 퀴어-여성 서사의 독특한 결을 감각하게 하는 한편 유구하게 이어져온 남성 중심의 서사를 비트는 전복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김병운의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은 게이 소설가인 화자 ‘나’가 인권단체의 독서 모임에서 만나 한때 친밀하게 교류했던 무성애자 주호와 그의 애인 인주씨와 관련된 일화를 펼치면서 소수자라는 동질적인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이에서도 저지르기 쉬운 몰이해와 혐오, 그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곡진하게 들려준다. 김지연의 「공원에서」는 ‘공원’이라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는 공공장소가 어떻게 폭력적인 차별의 공간으로 변모하는지를 강렬한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드러내 보인다. 김혜진의 「미애」는 자기 소유의 주거 공간을 지닌 자와 그러지 못한 자의 계급적 차이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지독한 민낯과 복잡한 모순을 가차없는 단문으로 파고든다. 서수진의 「골드러시」는 호주라는 이국의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서로를 향한 어떠한 감정도 기대도 사라져버린 젊은 부부의 권태와 그 삶의 파국성을 폐광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상징적으로 펼쳐 보인다. 서이제의 「두개골의 안과 밖」은 새의 개체수가 급증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까치와 닭으로 표상된 ‘새’와 관련된 사건과 진술이 파편적으로 드러나는 가운데 살처분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는 무자비한 살상과 인간성의 상실을 묵시록적인 상상력과 다채로운 형식 실험을 통해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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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2021년 한 해 동안 계간 『문학동네』의 계간평 코너를 맡아준 문학평론가 선우은실, 소유정, 오은교, 조대한 씨가 장시간의 노고 끝에 서른 편 남짓의 중단편소설을 골라 1차 선고를 마쳤다. 이 선고 작업은 거의 일 년에 걸쳐 이루어진 셈인데, 계간평을 맡아준 네 분이 신작 중단편소설을 모두 검토하고 그 가운데 탁월하거나 논쟁적인 작품을 선별하는 일을 매 계절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2월 문학평론가 김보경, 박서양, 임정균 씨가 합류해 2차 선고에서 총 스물한 편을 본심 대상작으로 결정했다.
본심은 구병모, 권희철, 손보미, 은희경, 임철우 제씨가 맡아주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심사위원들은 스물한 편 가운데 각자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다섯 작품에 투표한 뒤 그 결과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최종 투표 결과, 올해 처음 젊은작가상에 이름을 올린 임솔아 작가의 「초파리 돌보기」가 대상작이 되었다. 엄마가 초파리에 각별히 애착을 느끼게 된다는 다소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애틋한 설정이 소설 안에서 딸이 병든 엄마에 대한 소설을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야기와 어우러지며 삶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소설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소박하면서도 절실하고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하게 답하고 있는 이 소설이 마지막에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조금 더 끌어당겼던 것 같다. 임솔아 작가를 비롯해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일곱 명의 젊은 작가들 모두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싶다. _‘심사 경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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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아, 「초파리 돌보기」 현실과 소설이 분리되고, 동시에 현실과 소설이 합쳐지는 순간. 마지막 문장이 제발 실제로 일어난 일이기를 바라는 기도와 절대 그런 일은 이뤄지지 않았으리라는 확신의 낙차가 이 소설을 다른 차원으로 이끌어준 거라고 느꼈다. (…) 이 소설은 그 공백을 드러내기 위해 문장·서사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 해냈다. _손보미(소설가)
원영은 상자를 열었다. 소설집 한 권을 꺼냈다. 책상에 가 앉았다. 스탠드를 켜고, 책상 서랍에서 돋보기를 꺼냈다. 안경닦이로 알을 닦고, 돋보기를 썼다. 초점이 맞도록 얼굴을 뒤로 쭉 뺐다. 목차에 적혀 있는 페이지를 확인했다. 책장을 후루룩 넘기다가, 7페이지에서 멈췄다. 지유의 소설 속에서, 원영은 초파리를 들여다봤다. 초파리가 아름답게 표현돼 있었다. 이 소설에서 원영은 결말 부분을 가장 좋아했다. 모든 것이 초파리와 실험동 덕분이라고 생각했다.(『릿터』 2021년 8/9월호(『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문학과지성사, 2021))
김멜라, 「저녁놀」 거칠고 난폭한 세상이 주는 모멸을 헤쳐나가는 두 여성의 불안하면서도 따뜻한 사랑의 보금자리가 사뭇 라이트한 터치로 그려짐으로써 전체적인 톤은 암울의 늪에 빠지지 않으며 균형을 유지하는데, 솔직히 나는 딜도가 일종의 주인공이자 ‘자뻑’에 취한 화자이기까지 한 소설을 이렇게 사랑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_구병모(소설가)
별명을 지은 두 여자는 통화할 때만큼은 마음껏 애정을 표현했다. 사랑한다거나 보고 싶다는 말을 소리 내어 할 수 있었고 전화번호부에 서로의 애칭을 입력하고 옆에 하트를 붙일 수도 있었다. 다른 이름이 주는 기쁨을 느낄수록 두 여자는 자신들을 둘러싼 언어의 속박을 유희로 바꾸었으며 점점 더 둘만의 비밀 언어를 늘려갔다.(『문학과사회』 2021년 가을호)
김병운,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적당한 온도를 지닌 사려 깊은 소설이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과 먼 사람과 더 먼 사람, 모든 타자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균형과 나이브하지 않은 선의가 느껴진다. 예리하고 절박한 질문을 무장해제된 어법으로 풀어내서 차분하게 설득시키는 힘이 있다. _은희경(소설가)
그날에 대해 쓸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내 한계를 확인하고는 지운다. 어느 날은 내가 너무 투박한 나머지 우리를 흐릿하게 뭉개놨다는 판단에 지우고, 어느 날은 내가 너무 성급한 나머지 우리를 매끄럽게 정리해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지우며, 또 어느 날은 내가 쓴 것들이 모두 궁색한 자기변명 같다는 느낌에 지운다. 그리고 그렇게 지우고 또 지우다보면 어김없이 어떤 대사를 마주한다. 끝내 지우지 못하는, 아니 모조리 지워도 속절없이 다시 쓰게 되는 그 대사를.
내가 써낸 그 모든 실패들 속에서도 인주씨는 한결같이 나를 보며 말한다.
쓰면 좋겠어요. 우리에 대해 쓰면 좋겠어요.(『릿터』 2021년 2/3월호)
김지연, 「공원에서」 이 소설의 정교한 구성을 따라가다가 마지막 두 문장이 아주 빠르게 관습적인 용례를 벗어나는 것을 경험하는 일이 내게는 무척 놀라웠다. (…) 등장인물의 혼란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표현에 조금씩 동의하고 그것을 익힌 끝에 새로운 의미를 가져가게 하는 이 소설의 구성이 소설 속 어린이 서영보다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_권희철(문학평론가)
뜻대로 된 적은 별로 없지만 나는 사는 게 좋았다. 내가 겪은 모든 모욕들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극복해내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는 건 좋다. 살아서 개 같은 것들을 쓰다듬는 것은 특히나 더 좋다.(『황해문화』 2021년 봄호)
김혜진, 「미애」 교양과 호의 뒤에 숨은 동정심과 자기만족의 민낯. 환대의 몸짓을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가차없이 닫아거는 문. 어딘지 우리에게 익숙한, 중산층의 허위의식에 관한 서사쯤으로 보이던 소설의 결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요동친다. _임철우(소설가)
때로는 비장하게까지 여겨져서 사정을 잘 모르는 미애조차 숙연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런 모습들이 놀랍고 얼마간 감동적으로 다가올 때가 없지 않았으나 미애의 눈에 점점 더 또렷하게 보이는 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들의 열망이었다. 그들에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고,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확신을 지켜나갈 여유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것이 자신을 그 모임에 끼워준 진짜 이유라는 것을 미애는 모르지 않았다.(『황해문화』 2021년 봄호)
서수진, 「골드러시」 삶이라는 가시투성이 수갑에 함께 손목이 묶인 젊은 부부의 파탄과 무력함이 잘 그려져 있다. (…) 비록 시효가 지나버렸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랑과 히스테릭한 희망의 파편들, 그리고 그것들이 남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들만이 그들의 삶을 증거할 뿐이다. “온통 붉기만 한 세계”로 돌아오는 그들의 귀로에서 고전적인 비극의 우아함을 느꼈다.
_은희경(소설가)
진우와 서인은 빛나는 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빛나는 순간. 진우는 그들이 늘 그것을 기다려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절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붉은 햇빛이 차 안에 가득 들어찼다. 진우는 온통 붉기만 한 세계를 바라보았다.(『현대문학』 2021년 1월호)
서이제, 「두개골의 안과 밖」 강렬하고 의욕에 찬 실험적인 작품이다. 기존 소설 형식을 깨뜨린 과감하고 다채로운 서술 방식, 소재와 메시지 또한 신선한 충격을 준다. (…) 유해 동물 살처분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동물 집단 학살 현장. 그것은 지금 자연과 지구의 생명체 전부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인류의 광기, 그 묵시록의 풍경이다. _임철우(소설가)
인간의 말로 쓸 수 없음. 주어, 서술어. 쓸 수 없음. 주어, 목적어, 서술어. 쓸 수 없음. 닭은 인간처럼 말하지 않고. 관형어, 주어, 서술어. 인간처럼 생각하지 않고. 주어, 목적어, 부사어, 서술어.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기에 쓸 수 없음.(『자음과모음』 2021년 여름호)
* 젊은작가상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각 700만원과 트로피가 수여되며, 수상작품집의 인세(10%)가 상금을 상회할 경우 초과분에 대한 인세를 수상자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어 지급한다. 수상작품집은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상의 취지에 따라 출간 후 1년 동안은 특별보급가로 판매한다.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 2015년 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장편소설 『최선의 삶』,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대상
임솔아 · 초파리 돌보기 … 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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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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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 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