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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을, 쓰다듬다 (커버이미지)
    [문학]바람을, 쓰다듬다
    • 나경순 지음
    • 메이킹북스
    • 2023-08-16

    시집, 「바람을, 쓰다듬다」에서 바람은 나이고 너이면서 그대이고 우리들이다.바람은 그런 나와 너와 그대와 우리들의 만남이자 이별이고, 삶이면서 죽음이다.또 바람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자 내 어머니, 아버지이며 내 누이다.그렇게 바람은 늘 간절하게 그립고 따스한 것들이다.나는 다만, 그런 바람들이 살면서 안고 가야만 했던 절망보다는시리고 아픈 상처들을 모아오히려 작은 불씨 같은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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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삶은 계속되고 (커버이미지)
    [문학]그래도 삶은 계속되고
    • 최경희 지음
    • 한국문학세상
    • 2024-04-25

    최경희 시집은 감성을 끌어내는 삶이 집착 없이 흐르는 물과 같이 산악지대와 평지를 넘나 들듯이 예기치 않게 다가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의 꿈을 이루는 것으로 묘사했다.그랬기에 책장 속에 묻어 두었던 시를 통해 그동안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고 소중한 황금기였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며 서정적 미학을 담아 첫 시집 「그래도 삶은 계속되고」를 출간하게 된 것이다.특히 어린 시절의 향수와 성장의 변화를 솔직 하게 담은 것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며 아름다운 삶을 재탐구 하려는 의지를 담았다. 10대 후반에서 28세까지의 감성으로 쓴 시들 중 일부이며 그 당시 세상과 마주하기에 부끄러운 부분이 있어 간직 하기만 했던 시들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꺼내 보니 그 시간들이 매우 소중한 황금기였다는 것을 돌아보는 Return to 10, 20과 같은 느낌을 준다.그래서 제목은 「그래도 삶은 계속되고」라고, 부제목에는 「안녕, 다시 만나는, 나의 10, 20」으로 붙인 것이다. 성장과 변화,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여정으로 시작하여 깊어진 감성과 도전하는 삶이 한 줄기 빛으로 어우러지도록 하기 위함이다.그런 갈망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공존하고 꿈과 희망을 개척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소망하는 서정적 미학이 돋보인다.이 시집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출간의 길을 열어 준 「한국문학세상」 관계자 여러분의 정성을 담아 독자와 함께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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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의 일생 (커버이미지)
    [문학]꽃의 일생
    • 양성우 지음
    • 일송북
    • 2023-08-16

    양성우 시인의 신작 시집 『꽃의 일생』 보도자료양성우 50년 문학 인생에 내놓는 18번째 서정시편들 독재에 대한 저항시집 『겨울공화국』으로 우리나라 민주화에 불을 지핀 양성우 시인이 18번째 신작 시집 『꽃의 일생』을 펴냈습니다. (일송북刊, -원) 팔순을 맞아 펴낸 이 시집에는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쓴 생태 시편들과 함께 삼라만상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도道에 이르는 원숙한 시편들이 실려 있습니다. 양성우 시인은 1970년 『시인』지로 등단해 1975년 집회에서 시 「겨울공화국」을 낭송하여 교사직에서 파면됐습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장시 「노예수첩」을 국내에서는 발표할 수 없어 일본의 잡지 『세카이世界』지 1977년 6월호에 게재했다가 국가모독죄로 투옥됐습니다. 두 시 모두 제목에 그대로 드러나듯 당시의 유신독재 체제를 비판한 투쟁시입니다. 양 시인이 투옥되자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한국작가회의) 측 문인들이 시인의 시들을 묶어 1977년 『겨울공화국』을 펴냈습니다. 이에 연루돼 고은, 조태일 시인 등이 투옥되는 등 소위 ‘겨울공화국’으로 상징되는 유신독재 시절 항쟁의 전위에 섰던 시인이 양 시인입니다. 1979년 가석방된 시인은 1985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회장을 맡는 등 시작詩作과 함께 문단의 민주화 투쟁에 앞장서왔습니다. 이와 함께 민주통일민중연합 부의장(1986),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대변인(1988) 등의 이력이 말해주듯 시인은 재야민주화운동에도 깊숙이 관여했습니다. 1988년에는 국회의원에 당선돼 현실정치를 하다 이제 시작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인이 대자연과 자연스레 한 몸이 돼가는 순정한 첫 마음으로 선보인 시편들이 이번 시집입니다. 인간의 꿈과 삶과 일생이 어떻게 우주 삼라만상과 한 몸, 한 마음이 돼 서로를 염려하며 건강한 우주적 삶으로 순환하는 지를 시인의 경륜과 시적 내공을 통해 실감으로,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시집 『꽃의 일생』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홍보를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이번 신작 시집에 실린 시 몇 편을 감상해보겠습니다. 무척 긴 무더위 끝에 온, 이른 가을 첫 비 내린 뒤의 그윽한 풀빛같이 혼자서 무심코 걸어가는 길 위에서 문득 만나는 때 이른 한 잎의 빛 고운 가랑잎같이 작은 연못의 무성한 넓은 잎 틈으로 보얗게 피어나는 수줍은 수련꽃같이 찬 수풀 너머 모래밭에 떠나간 이들의 이름을 쓰고 돌아와 눕는 날 밤의 서쪽 하늘가에 걸린 붉은 초승달같이 내 가슴을 휘저으며 그가 왔다 시여 노래여 겹겹으로 두른 검푸른 산과 산, 그 산 너머 저 멀리 우뚝이 솟은 흰 산봉우리같이 -「시여 노래여」 전문 양 시인의 시편들은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노래입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순정한 첫 마음을 그대와 삼라만상 앞에서 무릎 꿇고 정갈하게 부르는 노래입니다. 거듭거듭 정갈하게 바쳐져 시 자체가 노래가 되는 연가(戀歌)입니다. 그래서 실제 많은 시편이 가곡으로 작곡돼 불리며 대중의 가슴에 뭉클하면서도 유장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번 시집에 실린 위 시 「시여 노래여」를 보십시오. “내 가슴을 휘저으며” 왔다는 ‘그’는 누구인가요? 풀빛, 가랑잎, 수련꽃, 초승달, 산봉우리 등 우주 삼라만상 가장 순수한 면을 불러들여 한 몸 되게 하고 있는 그는 누구일까요? ‘그’는 첫 비에 씻긴 풀빛 같은 순정한 마음일 것이며 억압의 검은 산 겹겹 너머 솟아오른 흰 산봉우리, 혹은 밤하늘에 붉게 걸린 초승달 같은 혁명에의 의지 내지 결기일 것입니다. ‘같이’가 계속 반복되며 노래가 되고 있는 ‘그’는 또 그런 마음으로 쓴 시이며 마음과 시가 한결같은 시인 자신일 것입니다. 양 시인의 시편들 속에서 ‘그’라는 3인칭은 1인칭인 ‘나’, 시인 자신입니다. 시인의 순정한 첫 마음입니다. ‘그’는 또 우주 삼라만상의 자연입니다. 산이며 들이며 강이며 구름이며 온갖 종류의 꽃입니다. 순정한 시인의 마음속에 깃든 선한 대자연 그대로가 ‘그’입니다. 양 시인의 시는 1인칭, 2인칭, 3인칭을 나누어 쓰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곧 하나가 되어버립니다. 시적 화자(話者)인 ‘나’와 시적 대상인 ‘그대’는 3인칭 ‘그’로 해서 하나가 됩니다. 첫 마음, 그리움으로 하여 모든 인칭은 1인칭이 됩니다. 그만큼 삼라만상, 대자연과 자연스레 한 몸, 한 마음이 돼가고 있는 시세계의 한 결정판이 이번 시집 『꽃의 일생』입니다. “꽃이 피기 전에 어찌 아픔이 없겠느냐/어떤 큰 몸부림의 뒤에 문득 눈 시린 꽃잎으로/피어나는 것이겠지/그 누가 부르지 않아도 절정은 그렇게 오고/나비가 오고/새의 날갯짓에 놀라기도 하지/웬일인지 몰라도 꽃이 활짝 피면/기다렸다는 듯이 비바람이 치니/어찌 눈물 없이 꽃의 일생을 살았다고 말할까/사람도 한 때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울고/술을 마시고/어둠 속을 헤맴은 흔한 일이라/그러다가 무엇을 두고 온 것처럼 오던 길을/잠깐 돌아보는 사이에/몸도 영혼도 시드는 것!/이와 같이, 저도 모르게 꽃잎은 지고/물에 떠서 흐르고/그다음에는 언제나 또다시 긴 적막이 오겠지/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이” 이번 시집의 표제작인 「꽃의 일생」 전문입니다. 누가 부르지 않아도 꽃은 피고 지고 우리네 삶 또한 그런 대자연의 운행 법칙에 따른다는 주제가 담긴 시입니다. 또 꽃의 피고 짐, 생과 사의 대자연의 섭리가 자연스레 묻어나고 있습니다. 위 시에 드러나듯 꽃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순간순간의 절정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생겨나서 자라고 서로 맺어지며 살아가다 마침내는 스러져가는 모든 생명의 순간의 가장 간절한 몸짓이 꽃입니다. 나비와 새. 비와 바람과 뭇별 등 삼라만상의 말 없는 내밀한 언어가 꽃이기도 합니다. 우리네 살며 사랑하며 헤어지며 죽어가는 그 모든 순간 순간의 기쁨과 슬픔, 그 절정에는 항상 꽃이 같이하고 있지 않은가요. 그런 꽃의 일생, 우주 삼라만상 운행의 도가 자연스럽고도 간절하게 묻어나고 있는 시가 표제작인 「꽃의 일생」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나를 이겼으니 나에게 저 멀리 양강도/삼수관평에 묻히라 하네/이름도 성도 없이 죽은 듯이 살라 하네/산 첩첩 물 첩첩 바위틈 풀숲에 숨으라 하네/숨어서 쑥대밭에 양치기나 되라 하네/낮은 짧고 밤을 긴 곳 살아서는 못 나오는 곳/삼수관평에 묻히라 하네/등 떠밀려서 가는 길에 흰 눈만 내리는데/백 편의 시가 다 무슨 소용인가/삼수관평에 숨으라 하네/온몸이 휘어지고 삭정이가 되어 숨질 때까지/양 우리 똥오줌이나 치우면서 살라 하네/내 손으로 내 뺨을 때리며 혼자 울고/노래도 없이 쓸쓸히 살다가 죽으라 하네/세상이 나를 꺾고 이겼으니 나에게 아득한 곳/삼수관평에 묻히라 하네/사랑하는 사람은 꿈에서나 언뜻 볼까/산이 높고 골이 깊어 아무도 못 오는 곳/머리끝도 안 보이게 삼수관평에 숨으라 하네” (「백석, 삼수관평 가는 길에」 전문) 백석 시인을 직접 화자로 내세워 심경을 읊도록 한 시는 가슴이 미어징 정도로 아프고 아름답습니다. 일제 치하에 서울 조선일보 등에서 근무하며 “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부분)고 했던 백석은 해방이 되자 고향인 북한 정주에 머물며 시작 활동을 하다 북한 당국에 의해 삼수갑산 오지로 추방돼 살다 그곳에서 죽었습니다. 그런 시인의 심경을 대신 노래해주고 있는 시입니다. 시가 곧 삶인 시인에게 시와 독자를 빼앗긴 시인은 이미 주검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여 시인의 삶에서 그의 시의 절대성도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일제하에서는 자발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산골 마가리 오두막 자연 속에 묻히려 한 것은 북한 치하에서 등 떠밀려 타의적으로 유형지 삼수관평 자연에 묻힌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 그 차이가 클 것입니다. 양 시인은 시로서, 그리움과 사랑으로서 생래적으로 자연과 하나가 돼 그런 깨달음을 우리들에게 축복처럼 전하고 있습니다. “그의 집에 내가 가네 그의 집은 왜 이리 먼가/울고불고 열사흘 몸부림치며/그의 집에 내가 가네/그의 집은 왜 이리 먼가/큰 산을 넘으면 큰 산이 있고 큰 강을 건너면/큰 강이 있으니/그의 집으로 가는 길은 왜 이리 멀고 험한가/돌아보면 발자국마다 고이는 것은 눈물이요/앞을 보면 아득히 한숨뿐이니/고스란히 다 타고 재가 되어 가는 길이/왜 이리 팍팍한가/그의 집이 안 보이네/그의 집에 닿기도 전에 내가 먼저 자지러지겠네/그의 집은 어디인가” (「머나먼 그의 집」 전문) 무당이 푸닥거리하는 것처럼 자꾸자꾸 반복하며 그의 집 가는 길이 멀고 험하다는 걸 털어놓고 있는 시입니다. 아니 육신은 다 타고 재가 남은 혼이 그의 집을 찾아가는, 혼을 천도薦度하는 시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집’은 어떤 집일 것인가. 고통을 완전히 벗어난 해탈의 열반지경일 것입니다. 그런 해탈의 도에 이르기 위해 이처럼 혼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구도求道의 시편도 이번 시집에서는 적잖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 갈참나무 가을 숲속에서는 아무래도 나는 내가 아니다/나는 바람이다 외롭고 침울한 산비탈에 우수수/갈참나무 잎을 날리는 찬바람이다/나는 한낮의 날카로운 햇살 뒤에 움츠리는 흙산 그늘이요/그 발끝에 싯누렇게 드러누운 강아지풀이다/언제나 나는 모래알이요 먼지요 검불이며/까마득히 조각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작은 새다/나는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헛것이다/저무는 해를 등지고 늘어선 갈참나무의 길고 앙상한 그림자요/쓸쓸한 산비탈을 가득히 덮은 마른 잎들 속에 묻힌/한 잎의 갈참나무 마른 잎이다/나를 찾지 마라/여기 갈참나무 숲길에서 수북이 쌓인 갈참나무 마른 잎을/밟으며 가는 나는 내가 아니다/나는 마른 잎을 날리면서 산등성이로 줄달음치는 찬바람이다” (「갈참나무 마른 잎을 밟으면서」 전문) 시 제목처럼 갈참나무 마른 잎을 밟으며 가을 숲길을 걸으며 곰곰 시인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시입니다. 그러면서 단호하게 말합니다. “나는 내가 아니다/나는 바람이다”라고. 우수수 “마른 잎을 날리면서 산등성이로 줄달음치는 찬바람이다”라고 시 처음과 끝에서 ‘바람’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또 ‘흙산 그늘’이요, ‘강아지풀’, ‘모래알’, ‘먼지’, ‘검불’, ‘작은 새’, ‘마른 잎’ 등 우주 삼라만상 그 모든 것이라 실감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헛것”으로서의 바람이 실체로서의 모습을 드러낸 것들입니다. 그러니 ‘바람’은 우주 삼라만상을 운행하는 도며 실체입니다. 시인은 그러한 바람과 마침내 실감으로서 하나가 된 것입니다. “홍매화 첫 꽃을 너에게 보낸다/이른 아침에 소리도 없이 갑자기 터진 진분홍 꽃 한 송이를/너에게 보낸다 마음으로 간절히/여기저기 파이고 허물어지고 잿더미 쌓인 곳/아무도 오가지 않고 빈 몸으로 떠나고 깊이 숨은 곳/새 한 마리 날지 않는 그 검은 하늘에 꽃을 보낸다/불타는 집을 뒤에 두고 갈 곳도 없이/우는 아이들 업고 걸리고 어디론가 쫓겨 가는 길 위에/매화꽃 이파리에 내리는 보드라운 햇살 한 줌도 함께 보낸다/아직도 살얼음 끼고 그을린 벗은 나무들만 망연자실/서 있는 그곳/진흙에 누운 주검들 위에 그들의 꺾인 꿈 위에/피 절은/머리카락 위에/홍매화 첫 꽃을 보낸다/담장 밑 푸른 이끼와 이름 모를 작은 풀잎들과 샛노란 산수유/꽃망울들까지 너에게 보낸다 짓궂은 꽃샘바람 몇 가닥도/덤으로 묶어서……/일어나라 너 눈물겨운 키이우”(「키이우, 홍매화 첫 꽃을 너에게 보낸다」 전문)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산수유가 노랗게 피고 따스운 햇볕에 아지랑이도 어질어질 피어오르는 이른 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과거 소비에트 제국주의의 야욕으로 힘없는 나라를 굴복시키고 영토를 빼앗기 위해 월등한 무력을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초토화하며 수도 키이우로 진격해 들어갔습니다. 러시아군이 진격하는 곳마다 건물들은 불타오르고 주검들이 널브러진 현장을 우리도 TV 뉴스 등을 통해 생생히 보고 있습니다. 아이를 안고 업고 가재 도구를 이고 지고 피난 가는 난민들의 겁먹고 추레한 행렬도 많이 봐왔습니다. 시인도 어렸을 적 6.25전쟁을 통해 그런 참상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과거 군부 독재 겨울공화국 같은 엄혹하고 어두운 시대를 걷어내기 위해 온몸과 시로 투쟁하다 감옥살이까지 한 시인입니다. 긴 겨울의 냉혹함을 지나 이 땅엔 봄이 오고 있는데 지구촌 한쪽에서 일어난 그런 전쟁과 학살의 참상을 시인이 그냥 지켜볼 수만 없어 쓴 시입니다. 아니 긴 겨울 이겨내고 앞장서서 맨 처음으로 붉은 꽃망울을 내민 홍매화꽃을 시인의 첫 마음, 단심丹心인양 보내고 있습니다. 시인과 한 마음이고 한 몸인 대자연 모두를 모아 키이우에 보내고 있습니다. 거기서 죽은 혼들에게, 겁에 질린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어서 일어나 힘내서 라/때때로 물안개 흩날리다가 문득 사라지면/잎새들은 저마다 서로 우줄대오는 봄을 함께 맞자고. 팔순을 맞은 노시인이 아직도 펄펄 끓어오르는 순정한 혁명의 첫 마음으로 꽃과 봄을 보내고 있는 것이지요. “저 강물에 잔물결이니 나는 외롭지 않네/여름 꽃 흰 꽃잎, 산수국 물매화 개망초꽃 어우러져 피니/나는 쓸쓸하지 않네/저 초록 수풀 깊은 곳에서는 지금/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새 우는 소리만 들리고,/세상을 바꾸려고 집을 나선 이들 아직은 돌아오지 않으니/잠 안 오는 밤은 많아도/나는 서럽지 않아고,/온 들을 덮듯이 내리는 눈부신 햇살만큼이나/내 안에 그리움이 가득히 차오르니/나는 조금도 외롭지 않네/바람에 흰 꽃잎이 지고, 그 흰 꽃잎들 강물에 떠서 흐르니” (「흰 꽃잎 강물에 떠서 흐르고」 전문) 시인은 외롭지도, 서럽지도 않다고 반복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 “내 안에 그리움이 가득히 차오르니”까. 그 그리움으로 대자연을 바라보며 일체가 되고 “세상을 바꾸려고 집을 나선 이”가 많으니까요. 여전히 순정한 세상을 향한 낭만과 혁명의 시심이 가득하니 왜 쓸쓸하고 서럽겠습니까. 그래서 양 시인은 그리움 가득 넘치는 순정주의자요, 서정주의자입니다. 낭만주의자면서 여전히 멈출 수 없는 혁명주의자입니다. 무엇보다 자연과 육화된 도의 지경에 이르렀으면서도 신을 향하지 않고 인간을 향하는 도저한 휴머니스트입니다. 이번 시집 후기에서 시인은 “오늘도 여전히 문학소년 때와 같이 밤잠을 설치며 시에 매달리는 나의 고행은, 남이 보기에는 이것이 아무리 허망한 일일지라도 내가 죽는 날까지 그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런 첫 마음, 첫 순정의 시 쓰기의 고행이 이제 도의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무엇보다 자연과 일체, 일심이 된 시 쓰기가 환경 생태시를 넘어 에코 철학의 깊이에 이르게 했을 것입니다. 양성우 시인과 이번 시집 『꽃의 일생』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저서: 『십오 년 막걸리』, 『문답 대지도론』, 『머뭄이 없는 가르침』, 『마음 비행기』, 『기억의 틀』, 『Mind Glider』, 『Waiting For The First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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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커버이미지)
    [문학]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10-19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지금 모습 그대로 너는 충분히 예쁘다반짝이는 오늘에 건네는 위로와 응원의 인사그렇게 꼭 잘하려고만/하지 않아도 된다//지금 모습 그대로 너는/충분히 예쁘고//가끔은 실수하고 서툴러도 너는/사랑스런 사람이란다- 「어린 벗에게」 중에서작고 사소해 보이는 주변의 모든 존재를 애정 가득한 눈으로 시에 담아온 풀꽃 시인 나태주의 신작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가 출간되었다. 힘든 시간을 지나 다시 반짝이는 오늘 앞에 선 우리에게 위로와 응원의 인사를 건네는 신작시 176편은 2020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하루에 한 편, 또는 일주일에 한 편씩 눈앞에서 독자들을 만나는 마음으로 꾹꾹 눌러쓴 시들이다. 난데없이 닥쳐온 코로나19로 인해 “너나없이 고달픈” 시간을 보내는 때, “하루하루 피차의 안식과 평화, 자그만 행복을” 빌며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들을 담아 매일 써 내려간 시들이다. “소망의 끈을 놓지 않”고 내일을 기다릴 수 있기를, 분명하게 빛나는 희망들이 이 시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참 멀리까지” 온 인생, “사막 같은 인생길 앞에서 막막하던 날들”을 지나고 시인은 “어린 날, 다시 젊은 날”의 아픔을 돌아본다. “가난하고, 춥고, 그립고, 안타깝고, 따분하”던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길”. “이제는 적막한 마음”으로, 지금 그 길 위에 서 있는 이들의 오늘을 격려하고자 한다. “지상에서의 힘들지만 아름답고 서러운” 날들 모두 “여전히 반짝이는 날이고 숨 가쁘도록 벅찬 날”이라고, 부디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하며 “우리 웃는 얼굴로 만나”자고, 시인은 명랑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그래도 괜찮아’는 오늘에 대한 감사와 내일에 대한 기대를, 2부 ‘너무 애쓰지 마라’는 인생이라는 고달픈 여행길에서 힘이 되어주는 ‘너’라는 존재들을, 3부 ‘지금도 좋아’는 이어령 선생, 동명 스님, 계룡산의 도예가 부부 등 시인이 삶에서 마주쳐온 이들에게 느꼈던 존중과 경의를, 4부 ‘천천히 가자’는 일상의 성찰과 따뜻한 세상을 위한 사랑의 실천을 이야기한다. 세계적인 중국 일러스트레이터 ‘오아물 루(Oamul lu)’가 표지 그림을 그렸다.“우리는 앞으로 얼마 동안이런 날 이런 저녁을 함께할 것인가!”오늘 하루도 네가 있어 좋았다내일은 너를 만나는 날/너를 만나는 그곳이 천국이 되고/네가 또 천사가 아닐까?/오늘부터 나는 천국을 살고/천사를 만난다.- 「내일」 중에서시인은 고달픈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너’라는 존재들에 관해 항상 이야기해왔다.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받는 “아낌없는 사랑”의 온기가 “날마다 아침이 오는 까닭이” 되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이유가 된다. “잠시 생각만 해도 가슴에 조그만 등불이 켜”지는 ‘너’를 향한 사랑이 “다시 일어설” 힘이 되는 것이다. “내일을 또 기약할” 수 있게 해주는 이들에게 시인은 고개를 조아리며 “고마운 마음 가슴에 안아본다.” “함께한 시간 깊고 그윽했기에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시인은 그들이 “오래 함께 우리와 있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 살맛이 조금씩 돌아”온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되고 함께 울어주고 싶은 사람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은 그 자체로서 눈부신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충만한” 것이기에, 우리로 하여 서로를 “더욱 겸허하고” “너그럽고 섬세하고 친절하”게 한다. 코로나19로 힘든 지금, 우리는 서로 “등을 기대고 안아주지도 못”하지만 반드시 “좋아지는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우리의 일상을 지켜야 한다. “오늘은 비록 내 마음 시무룩하지만 머지않아 널 만나는 날” “조그만 이름 모를 새들처럼 나도야 기뻐서 지절거릴 것이다.”“분명 우리가 만날 날이 오기는 올 것이”라고, 초롱한 “마음 잘 간직하며 기다리”는 이 “하루하루가 최선의 날이고 순간순간이 그야말로 금쪽이”다. 시인은 “별일 없지요?”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는 일상도 “생각해보면 참 눈물겨운 곡절이”라며 감동한다. 영원하지 않기에 더 아름답고 감사한 것들. “언제까지 그 인사가 이어지기나 할 것인지”! 이토록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생”이기에 우리는 “오직 유일무이한 한 번뿐인” 이번 생을 “진저리 치도록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고, 시인의 다정한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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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 나태주 시집 (커버이미지)
    [문학]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 나태주 시집
    •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4-02-21

    풀꽃 시인 나태주 등단 50주년 기념 신작 시집‘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단 세 구절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풀꽃」의 나태주 시인이 새 시집을 낸다. 시인이 그동안 써온 시들을 엄선하여 독자들에게 건넬 만한 온전한 진심을 추려낸 결과물이다. 더구나 이번 시집은 시인의 50년 시력을 기념하는 시집이라서 더더욱 뜻깊다. 여기에 따뜻한 터치로 자연의 미묘한 색감과 생명력을 표현해오고 있는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오아물 루(Oamul Lu)의 작품이 표지 전체를 감싸며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서정성 짙은 오아물 루의 그림은 시인의 따사롭고 아늑한 감성적인 시 세계로 독자들을 한껏 끌어당긴다.1971년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니, 2020년은 시인이 등단한 지 햇수로 꼬박 오십 년째다. 그의 오십 년 창작 생활이 저 세 구절로 다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길고 깊다는 것이 절실히 느껴진다. 이번 시집은 1부 신작 시 100편, 2부 독자들이 사랑하는 애송 시(대표 시) 49편, 3부 나태주 시인이 사랑하는 시 65편으로 구성됐다. 사람들의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지는 그의 시가 이번에는 반세기의 내공을 함축하여 시와 삶을 모두 훑는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다.등단 오십 년에 맞춰 발간하는 시집이라서일까. 유달리 더 담백하면서도 더 농밀한 시어들이 가득하다. 나태주 시인 특유의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목소리가 그대로 배어나는 동시에 웅숭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애착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살피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겸손한 긍정과 겸허한 감성이 그의 시 세계 곳곳에 별자리처럼 수놓아져 있다.쓸쓸해져서야보이는 풍경이 있다버림받은 마음일 때에만들리는 소리가 있다힘들고 지치고 고달픈 날들너도 부디 나와 함께인생은 ‘고행’이 아니라여행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구나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어가는 인생이라는 여행, 그 여행길에서 만난 빛나는 찰나들을 시에 담다이번 시집은 시인이 그동안 써온 시들을 단순히 모아놓은 것이 아니다. 시를 선별하여 시인의 지난 반세기 시력(詩歷)을 간추려놓은 모종의 자서전적인 시집이다. 물론 자서전적인 성격이 어느 한 사람의 시인에게만 해당하는 표현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진정성을 담은 시로 이름 높은 나태주 시인의 시 쓰기에서 이러한 자서전적인 요소는 더더욱 커다란 울림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인생으로도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닌 오십 년의 긴 세월을 오롯이 응축시켜냈기 때문이다.이것은 단순히 시간적인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문제, 즉 밀도의 문제이다. 나태주 시인이 난해하고 복잡한 언어와 긴 분량으로 시를 쓰지 않고 간결하고 단순한 언어와 짧은 분량으로 시를 써온 까닭도 여기 있다. 삶의 내력을 구구절절 다 읊어내기보다는 가장 중요한 순간을 순정한 말 몇 마디로 그리는, 생의 하이라이트를 뽑아내는 것이다. 아름다운 하이라이트들이 살아 숨 쉬는 인생이야말로 진정 ‘여행’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사랑하는 너와 함께”여야 한다고 시인은 강조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꾸준히 함께,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걸어가기를 당부하는 이 시집은, 생의 빛나는 찰나들을 담아낸 하이라이트로 눈부신 필름에 가까울 것이다.고행에서 여행으로! 움직이는 순간마다 진심을 다하는 삶, 무소유의 시 세계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삶을 흐르는 움직임으로 바라본다. 이는 ‘너’라는 절대적 대상과 발 맞춰 걷는 이 인생을 ‘여행’이라고 빗댄, 쉽고 간결한 은유에서도 드러난다. 사람들이 고달프고 지치고 힘들다고, 심지어는 “내다 버리고 싶다고까지” 불평하는 인생,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인생을, 시인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여행’으로 바꾸어 말한다. 인생을 고통과 불행으로 가득한 것으로 보지 않고 사랑과 인간애로 가득한 것으로 봄으로써, 고행에서 여행으로 승화시킨 것이다.인생은 고행이다! 그렇게/말하는 사람들 있다/우리 여기서 ‘고행’이란 말/여행이란 말로 한번 바꾸어보자//(중략)//힘들고 지치고 고달픈 날들/너도 부디 나와 함께/여행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구나/지구 여행 잘 마치고 지구를 떠나자꾸나.―「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가벼이 지나치면 대책 없는 긍정처럼 비쳐질 수 있는 이 제안은, 시인 특유의 생활적인 리듬에서 비롯된 것이다.예전엔 방 안에 들어앉아/골똘히 생각하며 시를 썼는데/이제는 움직이며 시 쓰기//(중략)//시의 행간에 바람의 숨소리가 끼어들고/구름의 미소가 스며들고/나무의 출렁임이 기웃거린다//시가 훨씬 세상과 가까워졌다고/사람들하고도 친해졌다고―「움직이며 시 쓰기」스스로 방구석에 웅크려 자폐적인 시를 쓰던 젊은 날을 지나, 이제는 움직이며 시를 쓴다는 이야기이다. 이제 혼자만의 언어로 시를 쓰는 것을 넘어서, 사람도 만나고 바람과 구름을 지나쳐 나무를 매만지며 쓰는 소통의 언어로 발돋움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일상에서 움직이는 걸음걸이로 살아가는 삶이 진정으로 유의미하다는 것을 시인은 역설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시간과 공간마저 잊어버린 폐쇄적인 망각의 유배생활을 경계하는 것이다. 동시에 현재의 삶이 가진 무게와 가치를 알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기를 권유하는 곡진한 목소리이다.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순간’의 무게를 중요하게 여긴다. 자기 자신만을 집착하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을 보살피고 자연을 아낄 줄 아는 측은지심의 넓은 마음으로 현재의 순간순간에 주목하라고 권유한다. 그리하여 시인은 영원을 약속하며 사랑하기보다는, ‘지금 여기(Now+Here)’를 상징하는 오늘에 더 몰두하며 한순간이라도 진심으로 사랑하기를 권고한다. 사실 그러한 방식이야말로 영원까지 이어갈 수 있는 가장 유효한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인은 오늘이라는 현재를 잘 살아감으로써 영원이라는 불가능을 꿈꾸는 아름다운 역설을 노래한다.오늘까지/너를 생각하고/지금 이 순간만은/온전하고도 슬프게/너를 사랑할 수 있다고/자신 있게 말한다―「사랑의 방식」저기 꽃이 있구나/예쁜 꽃이 있구나/그렇게 바라보면서/나도 꽃이 되고/예쁜 사람이/되기만 하면 된다//(중략)//내 집으로까지/데리고 올 까닭은 없다//그러는 순간/그 모든 것들은/이미 죽은 목숨이 되고/심지어는 쓰레기가 되기도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주유천하」진심을 다해 오늘 사랑한다면 영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신념은, 소유하지 않아야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확장된다. 자신이 가지려 하고 또 갖게 되는 때부터 자신의 탐욕에 더럽혀져 본질을 상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소유하지 않으려는 청빈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소유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봐 주는 눈길의 사랑, “자세히 보아야 하”고 “오래 보아야 하”는 무소유의 사랑이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나’를 비우고 버려서 얻는 온전한 ‘나’그 환희의 순간들을 담아낸 축복의 시어들‘무소유의 소유’야말로 시인이 반백 년 시 쓰기로 일궈낸 고된 결실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먼저 자신을 지우고 비우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른바 ‘버림’의 미학을 닦아낸다. 자신의 안에 끼어든 욕망과 번뇌와 부정으로 인해 자신이 비뚤어질 수 있다는, 인생의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진리를 깨닫고 그것을 바탕으로 마음을 수양하는 자세를 얻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시인의 자세는 내면의 성숙을 위한 가부좌(跏趺坐)와 같아 보인다. 흡사 불상(佛象)의 “껍질”과 닮아있다고 할까?멀리서 웃고 있는 흰 구름을 버린다/(중략)/담 밑에 피어 있는/일년초 풀꽃도 버린다/귀기울여 듣던/물소리 새소리/풀벌레 울음소리도/버린다/아낌없이 버린다/그리하여 나도 버린다/껍질만 남고자 한다―「껍질」지고지순하고 참된 진리가 내면에 깃들려면 먼저 내면을 가득 채운 허무맹랑하고 욕된 부정을 버려야 한다. 시인은 “흰 구름”이며 “일년초 풀꽃”, “물소리”, “새소리”, “풀벌레 울음소리”까지 일상의 도처에 즐비한 자연의 대상물조차 사람들이 ‘소유’하려고 애쓰는 대상임을 지적한다. 소유한 적 없는 이 자연물조차도 소유한 것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인간의 교만을 꿰뚫어보며, 시인은 이것들까지도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처럼 “아낌없이 버린” 이후에야 비로소 ‘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늙지 말고 가거라/어디든 가거라//(중략)//네가 되거라 네가 되고 싶은 오로지 네가 되거라―「어머니의 축원」시인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빌려 “네가 되거라”라고 축원한다. 집착과 강박에 사로잡힌 모든 그릇된 마음가짐을 버리고, 그런 마음가짐을 가졌던 나 자신까지 버려야만 온전한 ‘나’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리고 시인은 그러한 ‘버림’의 미학을 실천한 이후에 다른 무엇도 되지 말고 어디든 가서 ‘나’ 자신이 되기를 권고한다. 사람들이 다른 잘난 것에 자신을 투영하면 스스로 그것이 되기를 욕망하기 십상이다. 그 때문에 자신의 고유한 특징과 장점을 스스로 버리고 남이 되거나 심지어 남도 나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기 일쑤이다. 시인은 이처럼 굴절된 범속한 욕망을 경계하라고 경고한다. 그 경고는 나 자신을 “함부로 주지 말”라는 메시지로 더욱 선명해진다.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아무것에게나 함부로 맡기지 말아라//(중략)//부디 무가치하고 무익한 것들에게/자기를 맡기지 말아라―「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화려한 네온사인은 사실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다. 그저 네온사인이 광고하는 것에 속은 인간들이 자신의 욕망에 의해 비추어진 환상의 빛일 뿐이다. 실체는 아무것도 아닌 빛의 덩어리에 불과하다. 시인은 이러한 사물들의 무가치성을 까발리면서 그것들을 부러워하다가 가장 중요한 ‘자기’를 함부로 내주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이른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 이정표는 길고 고단한 과정이지만 동시에 고유한 ‘나’로 거듭나는 환희의 순간들이다. 시인은 이 환희의 순간들을 온전하고 솔직한 사랑으로 맞이하기를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겸손한 긍정과 겸허한 감성으로 독자들을 감동시켰던 시인은, 자신의 반세기 시력을 그러모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토록 진솔한 목소리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었던 것은 장구하고도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것이다.따뜻하고 사려 깊은 시편과 온화하고 감성적인 일러스트,그림 같은 시와 시적인 그림이 이루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시인의 언어가 오아물 루의 그림과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세계적인 감성 일러스트레이터의 풋풋하면서도 온화한 붓 터치가 사람들의 마음을 절묘하게 움직여왔는데, 그 근간에는 시적인 여백미가 숨어 있다. 나태주 시인은 침묵에 가까우리만치 잔잔하면서 간결한 시어를 추구해왔고 또 그것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왔다. 그러한 시인의 시를 ‘생동의 세계’라고 불러도 좋다면, 오아물 루의 그림은 시인의 시가 ‘생동’하는 배경으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나태주 시인의 시가 짤막한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한 폭의 감명 깊은 그림을 번지게 했다는 점에서 오아물 루의 시적인 그림과 만난 이번 시집은 더욱 뜻깊다. 커버 안쪽에 그림 같은 시편들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시적인 오아물 루의 그림이 담겨 있다는 것은 독자들에게 크나큰 선물일 것이다. 오아물 루의 다정하고 포근한 화풍에 시인의 사려 깊은 시어가 독자들의 마음을 더없이 아름다운 울림으로 두근거리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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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편적 우울 (커버이미지)
    [문학]단편적 우울
    • 이준영 지음
    • 좋은땅
    • 2024-04-25

    - 오늘도 불안하고 우울한 당신에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우울의 길에서 한 자락 희망을 써 내려 가다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하거나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은 세상이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우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한때의 기분에서 정신질환의 명칭까지 우울의 스펙트럼은 대단히 넓다.『단편적 우울』은 현대인들이 겪는 다양한 우울함을 간결하게 그려 낸 시집이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인간관계, 현대사회의 병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변화 속도에 대한 피로감, 철학적 고민 등에서 오는 우울함의 편린들을 하나하나 모아 우울한 현대인의 초상을 완성해 나간다.정해진 것 없는 선택에밀려오는 피로감길이 없다는 두려움다르게 살아 보려 하지만다른 척하는 삶일 수도 있구나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그냥 잃어버린 것일 수도 있구나떠돌이 개도 돌아갈 곳이 있지만나는 갈 곳이 없네.- 「미아」 전문우울함은 대개 잠깐에 그치지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처럼 사람을 에워싼다. 나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무언가 해결되는 것은 없고, 오히려 점점 잘못된 곳으로 가는 것만 같다. 결국 돌아갈 곳조차 잊어버린 막막함과 상살심을 “떠돌이 개도 돌아갈 곳이 있지만 / 나는 갈 곳이 없네”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깨달음」에서는 우울함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 ‘불확실성’에 대해 말한다. “삶에 정답이 없다는 것이 // 모든 것이 정답이 된다는 것은 / 아니네”라는 대목과 같이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간다. 그 속에서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말을 떠들어 대니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분간하기도 어렵다. 현대인들이 자주 호소하는 무기력과 피로감은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한 탓이 클 것이다. 그렇다면 이 끝없는 우울의 길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화자는 ‘시’를 비롯한 예술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는다. 「시인」에서 “시를 쓰는 것은 / 기억 속에서 / 끊임없이 // 작은 심지를 살리는 것 / 아니면 한 구절이라도 / 영원히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급류처럼 매일 변화 속에 휩쓸려 가는 일상 속에서 작은 심지를 살리고 한 구절이라도 기억하는 것. 그것이 화자가 시를 쓰는 이유다. 아직 탈출구를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를 씀으로써 잊지 말아야 할 인간성, 가치 등을 되새기는 것이다. 그것이 훗날 화자를 인도할 북극성이 될 테니까.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그늘진 곳이 있다. 바쁘다고 그냥 지나치거나 억지로 걷어내려고 하면 그늘은 점점 커져 마음 전체를 뒤덮게 된다. 우울함을 다스리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의 우울한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정하면 그 원인을 생각하게 되고 나아지기 위해 행동하게 된다. 『단편적 우울』은 당신의 마음속 외로이 놓인 우울함을 향해 손을 내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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